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미 각지에서 산발적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투표 결과에 불복하는 친 트럼프 세력과 이를 규탄하는 세력들이 모두 거리로 나서며 양극화된 민심 사이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현재 미 전역을 휩쓸고 있는 구호는 ‘개표 중단(Stop the Count!)’과 ‘마지막 한 표까지(Count Every Vote!)’다.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 선거인단 수 격차가 갈수록 커지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전자를, 바이든 지지자들은 후자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경합주에서 선거 불복 소송을 제기하며 시위 열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소송 명분은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참관인의 개표소 출입을 거부했다는 것과 우편을 통한 부재자 투표의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하지 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측이 이의를 제기한 주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조지아·네바다·위스콘신주로 바이든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거나, 현재 트럼프가 앞서고 있지만 부재자 투표 개표로 인해 판세가 뒤집힐 수 있는 지역이다.
이중 바이든이 앞서고 있지만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네바다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하거나, 트럼프가 우세지역 중 한 곳이라도 바이든에게 뺏기면 트럼프의 재선 실패는 확정적이다.
이런 긴장감 탓에 일부 트럼프 지지 세력은 돌발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이번에 바이든의 손을 들어준 미시간주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개표소 창문을 두드리며 개표 중단 구호를 외쳤다. 본래 당적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투표 참관인으로서 개표소에 들어왔지만, 선거 양상이 불리해지자 이를 어긴 것이다. 이 때문에 추가 인력을 들여보내려는 지지 세력과 경찰이 대치하기도 했다.
바이든 지지자를 포함한 반-트럼프 진영 집회는 실제 폭력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바이든이 57.5%의 득표를 얻은 오리건주에서는 트럼프를 규탄하는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해 주방위군까지 동원됐다.
문화제 형식의 평화 집회로 시작한 시위는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폭력적으로 돌변하고 있다. 인근 상가를 파손하고 경찰 병력을 향해 유리병 등을 투척한 시위대 중 최소 9명이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뉴욕시에서도 시위대 일부가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불을 질러 20여 명이 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