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K리거들을 뽑는 자리에서 3등 '포항 스틸러스'가 웃었다. 김기동(49) 감독이 이끈 포항은 올 시즌 화려한 공격력으로 볼 거리 풍부한 축구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성적까지 내면서 K리그의 이슈메이커로 톡톡이 활약했다. 포항은 이번 K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감독상 △영플레이어상 △베스트11 등을 휩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프로축구연맹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대상 시상식'을 열고 최우수감독상·최우수선수(MVP)상·영플레이어상·베스트11 등을 수여했다. 지난달 28일부터 5일간 각 구단 감독(30%) 주장(30%) 미디어(40%)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가 선정한 부문별 후보 명단을 바탕으로 꾸려진 후보군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시상식의 주인공은 1·2위 현대가(家)들이 아닌 3위 포항이었다. 포항은 △최우수감독상 김기동 △영플레이어상 송민규(21) △최다도움상 강상우(27) △베스트11 강상우(수비수)·팔로세비치(27·미드필더)·일류첸코(30·공격수) △전경기·전시간출전상 강현무(25)가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김 감독의 수상은 이례적이었다. 1983년 K리그에서 최우수감독상 선정이 시작된 이후 37년간 늘 우승팀이나 준우승팀 감독들이 받았다. 준우승 감독팀 감독도 장외룡(61·당시 인천)감독과 박경훈(59·당시 제주)감독 둘 뿐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 간발의 차로 조제 모라이스(55) 전북 감독에게 감독상을 내줬는데 이번엔 7점 차로 모라이스 감독을 누르고 영예를 안았다.
김 감독이 키워낸 송민규는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올 시즌 공격포인트 16개를 쌓은 송민규는 무려 74.5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다. 11.33점으로 공동 2위에 오른 엄원상(21·광주) 원두재(23·울산)와 63.17점 차다. 특히 시즌 시작 전 '미리보는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올라 감독 1표, 주장 3표, 미디어 3표를 받아 12.22점이란 낮은 점수를 기록했던 송민규가 8개월여 만에 빚어낸 반전이었다.
포항이 이 같은 영광을 누리게 된 건 김 감독이 올 시즌 보여준 '화끈한 공격 축구' 덕이었다. 포항은 27경기 동안 56점을 터트리며 K리그1 전체 구단 중 득점 1위를 기록했다. 아직 한 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 K리그2(2부리그)로 넓혀도 득점 1위 수원FC(50점)에 무려 6점 차로 앞선다. 한 경기에서 세 골 이상 성공시킨 것도 무려 10번이나 된다. 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마지막 10경기 동안 85%의 승률(8승1무1패)을 기록했다.
스타플레이어 없는 포항을 이끈 김 감독은 팔라시오스(27)와 이승모(22)의 숨어 있던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송민규는 그 덕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또 시즌 초반 김용환과 심상민(이상 27)이 입대해 불가피하게 전술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한 적도 있다. 급작스런 변화 속에서 선수단을 추스른 김 감독은 초심을 다잡고 포백으로 회귀했고, 김 감독의 용병술로 포항만의 공격 축구가 자리를 잡으면서 성적과 인기를 모두 잡았다.
김 감독은 수상 후 "돌아보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리그 시작 전이나 중간에 목표로 삼았던 것들을 얻어낸 한 해였다"면서 "이 상은 최고로 좋은 팀, 매력적인 팀으로 평가 받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항 스틸러스 모든 구성원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내년, 후년에도 발전하고 더 좋은 팀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