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보릿고개 버티기에 들어간 항공사들이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외면하고 스스로 유동성 위기 해결에 나서고 있다. 시장금리보다 높은 기금의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서다. 인력조정뿐만 아니라 유상증자에, 국내선 확충, 비행상품 개발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이날부터 이틀간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 등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에 들어갔다. 7월에 이어 2번째 시도다. 668억 원 규모의 증자로, 항공기 리스비, 연료비 등에 사용할 목적이다. 첫 증자 시도를 했던 당시와 다르게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가 지난달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해 이번에는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어부산도 다음 달 891억 원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기금신청 자격 요건엔 문제가 없지만 시중금리보다 배 이상 높은 7%대 금리 부담으로 유상증자를 택했다. 이들 항공사가 증자에 성공하면 9개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1조 1,270억 원), 제주항공(1,506억 원) 진에어(1,050억 원) 등에 이어 5곳이 유상증자로 올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당초 기안기금을 기대했던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신청을 보류한 상태다. 5분기 연속 적자로 유동성 압박을 받는 제주항공은 1,700억 원을 지난달 기금으로 보충하려고 했지만, 기금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7%대로 책정돼 채권단과 논의에 들어갔다. 기금 신청 시 지급해야 할 약 120억 원의 이자가 부담스러운 만큼, 정책금융을 지원받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한데다 계열사 등 자산 매각에, 화물운송으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기금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항공사들은 유상증자와 동시에 월 고정비라도 줄여야 한다며 각자 생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인건비로 충당했던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이 지난달부터 항공사마다 만료하고 있어, 재신청할 수 있는 내년 1월까지 당장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절실한 상태다.
무급휴직, 장기휴직, 순환휴직 등 인력 조정은 기본이고, 여객수요 끌어안기까지 나섰다. 국제선 여객은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90% 후반대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선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어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노선 확충에 주력한 결과 국내선 이용객 수가 574만7,278명에 이르며 전년 같은 달 수준(605만5,846명)과 비슷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데다, 정부가 여행을 권장하고 있어 항공 이용객도 급증하고 있다”며 “그러나 1만원 미만 항공권이 생기는 등 항공사들의 출혈경쟁이 심해져 수익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대형항공사처럼 여객 수요 타격을 화물 사업 확대로 상쇄하기 위해 여객기로 화물 운송 사업을 할 수 있는 운항 승인을 국토교통부로부터 받기도 했다. 또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은 ‘목적지 없는 비행상품’이 예상보다 수요가 많아지자 관련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들이 쥐어짜며 버티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기간산업인 항공업을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