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대북 정책, 바이든 당선되면 내년 7월까지 일시정지"

입력
2020.11.05 12:00
美대선 바이든 당선 시 대북 정책 전망
"정부, 동아태 차관보 선임 전 보폭 넓힐 기회"
"남북관계 개선시킬 기회, 잘 활용해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은 5일 바이든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면 내년 7월까지 비핵화 정책은 공백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남북은 미국이 대북 정책에 손을 대기 어려운 공백기를 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바이든 후보가 새 대통령이 되면 외교 정책 평가와 인력 배치까지 최대 1년까지 걸린다"며 "한반도 문제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책임을 지는데, 상원의 인준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동아태 차관보가 빨라야 내년 7월에나 업무를 시작할 수 있어 이전까지 대북 정책은 '일시 정지'된다는 게 정 부의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선 이미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를 밝힌 상황이라 미국 일정에 맞춰 외교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차 당대회 전후로 정책 노선을 정해야 돼 시간이 없는 만큼, 남측에 손을 내밀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 부의장은 "(동아태 차관보 선임까지) 그 기간을 어떻게 할지 우리한테도 고민이지만 북한한테도 고민"이라며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어떤 대외 메시지를 낼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새 외교안보팀 라인업을 끝내기 전에 우리한테 보폭을 넓힐 기회가 올 수 있다"며 "한미 워킹그룹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관측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보건분야 협력을 제안한 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남북 연락채널 복원을 제안하는 등 남북 모두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주목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 '강경책'으로 돌아설 것"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대북 정책은 '선 비핵화 후 경제 협력' 틀을 고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화책보다는 강경책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 정 부의장은 "바이든 후보가 TV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을 '폭력배'라고 했는데, 북한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핵 능력 축소를 약속해야만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회담까지 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인사에는 '매파'가 포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부의장은 "지금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수잔 라이스는 북한에 대해 굉장히 강경하다"며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도 상당히 (강경책을 펼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북 정책은 미국의 전통적인 북핵 해법인 '바텀업'(bottom-upㆍ아래로부터의 개혁 방식)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정상이 정책 방향의 큰 틀을 결정한 뒤 실무자가 조율하는 '톱다운'이 아닌, 실무회담 조율 이후 정상이 매듭을 짓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 방식으로 대북 정책을 운영해 왔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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