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협의에서는 열린 자세로 충분히 의논해야 한다. 단, 합의가 이뤄지면 승복하고, (정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공직자의) 태도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날 사의 표명으로 인한 논란을 이렇게 정리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려야 한다'는 기재부 입장이 여당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대해 책임을 진다며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냈다. 문 대통령은 즉각 반려했다.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고도 3일 국회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굳이 공개해 당정 갈등설로 번졌다.
정 총리는 "당정 협의는 여당과 정부가 주요한 사안에 대해 '같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조율하고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당정 협의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당정 협의에 임하는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새삼 일러 주는 것으로 홍 부총리의 돌출 행보를 질타한 것이다.
정 총리는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토론을 거쳐 도출한 결론에 승복하지 않는 홍 부총리의 행동을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말이 거칠지는 않았지만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홍 부총리를 질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설적 비판을 좀처럼 하지 않는 정 총리 화법을 고려하면, 상당한 분노가 담긴 발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작심 발언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총리실엔 있다. 4일 정 총리와 함께 예결위에 참석한 홍 부총리는 "진심이 담긴 사의 표명이었다. 인사권자(문 대통령) 뜻에 따라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습 발언을 했다. 그 직후 정 총리가 홍 부총리를 질타한 것은 '노여움'이 그 만큼 크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정 총리의 홍 부총리 질책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기재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입장을 좁히지 못할 때도 정 총리는 홍 부총리를 불러 "당정 이견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민주당 요구 대로 '전국민 지원'으로 당정이 합의를 봤지만, 기재부는 "여당과 정 총리가 합의한 것일 뿐, 기재부는 모르는 일"이라며 항명했다. 당시 정 총리는 '뒷말 자제'를 기재부에 경고했다. '조직 관리를 잘 하라'는, 홍 부총리를 향한 비판이기도 했다.
이런 '악연 아닌 악연'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교롭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 총리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인데, 홍 부총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의 총리 시절 초대 국무조정실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