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또 빗나간 여론조사.. 샤이 트럼프 예상보다 많았다

입력
2020.1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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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등 접전 예상했던 곳들, 트럼프 손에
전국 지지율 우위 점했던 바이든, 현실은 달라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접전이 예상됐던 주(州)들의 승자가 빠르게 결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4년 전보다 개선된 모델링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던 여론조사 분석 자료들이 또 한 번 빗나간 것이다. 누가 승리하느냐를 떠나 여론조사 신뢰도는 다시 한 번 막대한 타격을 입게 돼 전면적인 시스템 개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오전 1시쯤(미 동부 기준) 미 CNN방송 등은 격전지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 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득표율이 51.2%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47.8%)를 3.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49%)보다도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이다. 마지막 여론조사까지 두 후보의 격전이 예상됐던데 비해 승패는 싱겁게 가려졌다. 전체 3번째인 선거인단 29명의 플로리다를 가져가면 트럼프의 승리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어 여론조사 예측은 매우 중요했다.

이변 조짐이 보였던 공화당 텃밭 텍사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 텍사스(선거인단 38명)를 바이든이 탈환하면 이른 승전보를 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득표율은 52.3%로 6%포인트 이상 넉넉한 차이로 바이든(46.2%)을 따돌렸다. 마지막 여론조사까지도 트럼프의 입지가 위태롭다던 공화당 성향의 아이오와·오하이오주 역시 변함없이 빨간색(공화당)으로 뒤덮였다. 두 곳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은 각각 53.3%, 52.6%로 과반을 달성했고 바이든과 격차는 6%포인트 이상 났다.

표본 구성 개선 등 노력에도 정확한 표심 예측은 올해 대선에서도 실패한 듯하다. 앞서 미 선거분석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은 전체 유권자 중 부동층 비율이 지난 대선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여론조사 정확도가 지난 대선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간 뉴욕타임스 역시 조사 업체들이 교외 거주자나 저학력 유권자에게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조사 표본의 대표성을 높이는 노력을 했다면서 일명 “‘샤이 트럼프(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 의사를 숨기는 유권자)’ 변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전국 단위 득표율 전망에서조차 여론조사 관측은 빗나갔다. 대부분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의 전국 지지율이 트럼프와의 안정적 격차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개표 중반이 지나도록 두 후보간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5시(한국시간 오후 7시 기준) 바이든 후보의 득표율은 50.0%로 트럼프 대통령(48.3%)과 단 1.7%포인트 차이다. 앞서 여론조사 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10월 25일~11월 2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평균 7.2%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앞선다고 했고, 파이브서티에잇도 바이든 후보가 5%포인트 격차로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우편투표가 결과를 뒤집을 여지는 있다. 미국 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약 1억명이 사전투표(우편투표+조기 현장투표)에 참여했다. 현장투표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우편투표는 개표 시작 시간과 접수 마감시한이 주별로 달라 최종 개표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와 바이든은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근접한 득표율을 보였다”면서 “(양 후보 모두)어쩌면 며칠 동안 개표가 이어질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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