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병원이 망사마스크 착용을 자제해 달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사진을 사용해 3일 뭇매를 맞았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특정 인물 사진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에서 논란이 일었으나, 해당 병원 측에서는 젊은 직원이 누구인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사진을 쓰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산의 한 안과의원 입구에 붙은 안내문 사진이 올라온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안내문에는 망사마스크를 착용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과 함께 "침 튀는 망사마스크 착용을 자제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 안내문은 며칠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다. 한 누리꾼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사진을 모자이크해서 붙인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안과 의사. 인생은 실전, 맛 좀 보시길"이라며 글을 올렸고, 특히 조 전 장관이 이를 공유해 "초상권 침해가 분명하네요. 부산 페친분들, 사실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서 일파만파 퍼졌다.
이 게시물에는 병원 이름과 위치가 그대로 적시돼있다. 병원 측은 해외에서까지 걸려오는 '원장이 일베 아니냐'는 항의 전화로 홍역을 치렀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담당 직원이 정치적 의도 없이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붙였다"라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안과 의원 특성상 눈이 침침하신 노인 분들이 주로 오시는데 종종 망사마스크를 쓰고 오셨다고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려고 포털사이트에 '망사마스크'를 검색했더니 그 세 분 사진이 나와서 사용했다는데 정말 모르고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이 안내문에 사용한 사진은 앞서 한 언론이 정치권 망사마스크 논란을 다루면서 묶어 편집한 사진이다. 김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 면담 자리에서 비말(침방울) 차단 효력이 입증되지 않은 망사 마스크를 착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지지자들이 비판하자, 야권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망사마스크를 착용하고 재판에 출석한 사진을 거론하면서 공방을 벌였다.
지지자들은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들이 이미 널리 알려진 정치인인데다 안내문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명예훼손 부분 또한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