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자와의 회담을 위해 내년 1월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조기 방미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 결과 발표가 지연되거나 불복 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대선 이후 상황을 주시하면서 미국 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정할 계획이다.
내년 1월에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일본에선 정기국회가 소집된다. 이에 스가 총리의 방미는 미국 측 의향과 일본 국회 상황 등에 따라 내년 2월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만약 미국이 의장국으로서 올해 개최하려다 연기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에도 방미 일정은 조정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지난달 27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스가 총리의 방미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축하인사차 조기 방미를 모색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내년 1월 취임 전 회담을 추진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일본 정부가 미 대선 직후 스가 총리의 방미를 추진하는 건 4년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의 사례를 의식해서다. 당시 외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 당선자와 회담을 가진 이후 두 사람은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공고한 미일동맹을 구축해 왔다.
영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니터링 사이트인 브랜드워치가 2016년 3월부터 올 10월 9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외국 정상에 대해 '친구' '우정' 등의 단어를 사용해 언급한 사례는 아베 전 총리가 8회로 가장 많았다. 아베 전 총리는 단순 언급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79회)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62회)에 이어 세 번째였다.
스가 총리는 외교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자민당 내 의견에도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스가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인 지난해 5월 미국을 찾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과 납치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직접 외교전면에 나선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와 여당에선 트럼프 대통령 재선시 아베 전 총리와 같은 밀접한 관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 당선될 경우엔 버락 오바마 정권 시절의 인맥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주일미군 경비 협상을 비롯해 무역협상, 대중ㆍ대북 정책 등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대선 결과와 이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