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3일 역사적인 첫 상견례를 갖고 단체교섭에 돌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지 6개월 만이다. 단체협약이 체결될 경우 51년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던 삼성전자의 노사관계에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내 4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사측과 상견례 겸 1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공동교섭단 측 교섭위원으로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을 포함한 공동교섭단 교섭위원 11명이 참석했다. 사측 교섭위원으로는 최완우 전무 등 11명과 나기홍 부사장이 자리했다.
나 부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는 삼성의 새로운 노사관계,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이해하고 동반자로서의 중요성도 인식해가면서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교섭단 측 대표교섭위원으로 나선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 창립 51주년을 축하하며 삼성전자의 괄목한 성장에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헌신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초일류 100년 기업의 첫걸음은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는 것이고, 오늘 상견례가 바로 그 역사적인 현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교섭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단체교섭과 관련한 기본 원칙과 함께 교섭위원 활동 시간 보장,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 사무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기본 합의서에 서명했다. 앞서 공동교섭단은 사측과 두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기본 합의서 문구를 조율해 왔다. 구체적인 내용은 노조의 요구로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상견례 이후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이 노사관계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사의 단체교섭에는 대표이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나와서 실질적인 교섭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음 단체교섭은 오는 17일 개최된다. 이후 노사는 월 4회 정기교섭을 진행하고, 필요시 실무교섭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