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전남도를 하나로 묶는 행정통합 논의를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관계만 드러냈던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여론의 따가운 질책과 나름의 '손익계산'이 맞물려 일단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이 시장과 김 지사가 2일 만나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함에 따라 통합 방식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 현안을 두고 두 단체장을 필두로 형성됐던 시·도간 '불편한 분위기'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미봉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합 논의 자체가 무용한 소모적 논쟁만 낳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한 탓이다. 이 시장과 김 지사가 합의문에 '통합 논의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상호 존중과 배려의 자세로 임하도록 한다'고 명시한 것도 이를 의식해서다.
그래서인지, 합의문(6개 사항)를 보면 통합 시기와 통합청사 소재지 문제 등 쟁점에 대한 합의는 원론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시·도는 민간 중심으로 통합 논의를 추진하되, 행정은 이를 적극 지원하는 데 그치기로 했다. 민간 중심의 통합 논의도 구체적인 규모나 방식을 못박지 못했다. 또 광주전남연구원이 통합의 내용과 방법, 절차 등 제반 사항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 중 논란의 소지가 가장 큰 문제는 통합청사 소재지를 어디로 하느냐다. 이는 민원행정 서비스의 이해당사자인 시·도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합의서엔 '통합청사 소재지 문제가 통합 논의의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현재의 시청과 도청은 통합 이후에도 현재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한다'라고만 명시돼 있다. 시·도의 고민이 묻어나는 이를 두고 "합의가 매우 설익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통합청사 문제는 향후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명분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여지가 크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가 구속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도통합을 위한 연구용역기간 1년과 검토·준비기간 6개월을 거친 뒤 시·도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통합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사실상 민선 7기에서 결실을 맺기도 힘들다. 특히 2022년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바뀔 경우 자칫 통합 논의 자체가 파열음을 낼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 시장과 김 지사가 "논의 과정은 양 시·도의 미래발전을 위하여 모두가 만족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 논의는 국립 의과대학 지역 내 설립 등 두 지역의 주요 현안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대목도 역설적으로 이번 합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시장과 김 지사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들고 앞으로도 한동안 '2인3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