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통상정책의 한국 영향은…"미중 사이 선택 요구 받을 것”

입력
2020.11.02 17:16
바이든 행정부, CPTPP 재가입 추진 가능성 높아 
WTO 사무총장 도전한 유명희 본부장에겐 악재 
현대경제연구원 "바이든 당선이 한구경제에 더 도움"


3일(현지시간) 열릴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중 무역 갈등에서 한국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양국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선 미국의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조속한 대응방안도 필요하다고 점쳐졌다.

2일 산업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등이 미 대선 후보의 통상정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부과 결정 등 미중 간 양자주의 방식을 통해 대(對) 중국 무역전쟁을 벌여왔다면, 바이든 후보는 중국에 대한 직접 제재 대신 동맹국과 다자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압박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중 무역갈등도 변화, 우리 정부에 또 다른 불안요소가 다가올 것이란 얘기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중 견제강화를 위해 동맹국과의 결속강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나라에 미중 간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정부는 이해득실을 잘 따져 입장을 정리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 이후 다자 간 무역협정인 CPTPP 재가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내 일자리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TPP에서 탈퇴했다. 이후 호주와 일본 주도 하에 기존 TPP 국가들이 모여 CPTPP를 체결했다.

무협 관계자는 “CPTPP에 미국이 복귀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 세계 교역의 2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FTA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면 한국과 일본 간 양자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발생, 우리 정부는 현재 국내 농산물 분야 등의 피해를 우려해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

국제협력에 무게를 둔 바이든은 세계무역기구(WTO) 기능의 정상화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됐다. 바이든은 대선 기간 동안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WTO를 통한 다자통상체제의 복원을 옹호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내내 미국의 상소위원 선임 반대로 WTO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분쟁해결절차가 무력화된 상태다.

때문에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선거가 진행중인 차기 WTO 사무총장에 회원국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은 차기 사무총장으로 회원국 다수의 지지를 얻은 나이지리아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은 유 본부장에게는 유리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미 대선 결과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때보다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당선 시 트럼프 재선 대비 미국 경기 반등에 따르는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 상승 압력은 연평균 0.6~2.2%포인트, 경제성장률 상승 압력은 0.1~0.4%포인트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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