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56)가 범행 3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2일 오후 1시30분 수원지법 형사 11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법정에서다. 다만 그는 자신이 저지른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아닌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선다.
이춘재는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 이번 논란의 결정적 증거인 현장 체모가 30년의 세월이 흐른 탓에 DNA가 손상돼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이춘재를 직접 법정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하면 경기 화성지역 연쇄살인 사건 자백과 신상 공개 후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춘재의 얼굴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증인의 얼굴을 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지난달 26일 공판에서 이춘재가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다며 촬영을 불허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한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53)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모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법원은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8차 사건 외에 8차 사건 직후 벌어진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도 다뤄진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화성살인 8차 직후인 1989년 7월 7일 경기 화성군(당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김양이 실종된 사건이다.
8심 재판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오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재판에서는 8차 사건의 진범 여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춘재가 왜 연쇄살인범이 됐는지, 8차 이후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에 대한 부분까지 모두 질문할 것”이라며 “재판부도 해당 사건 외에도 질문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할 수 있는 질문을 모두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