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 앞다퉈 찾는 ‘이곳’... 보수 권력 지형도가 보인다

입력
2020.11.01 18:10
마포포럼ㆍ하우스 등에 사람 모여
전당대회·대선 국면서 역할 기대


지난달 29일 김태호 무소속 의원은 “나도 쓸모와 역할이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며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이 중대 구상 밝힌 무대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 이른바 '마포포럼'이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우리 팀 대표 선수로 나가고 싶다. 자신 있다”며 대권 꿈을 드러낸 것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민주당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가 오세훈”이라고 의지를 다진 것도 마포포럼에서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도 이달 차례로 마포포럼 연단에 오른다. 마포포럼이 대선 주자들이 눈 도장 찍어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마포포럼은 21대 총선에 불출마했거나 낙선한 전직 의원들이 주축인 ‘원외 모임’이다. 최근 여의도에서 세를 드러내는 원외 모임은 마포포럼만이 아니다. 오신환 전 의원 등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원외 인사들이 국회 앞에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한 카페 ‘하우스’에도 당 안팎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개점 첫날인 지난달 26일 유승민 전 의원이 찾아 힘을 보탰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축하 인사 차 깜짝 방문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서울 동작구 개인 사무실에도 원내외 인사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국회의원 배지'가 독점적 권력을 누리는 여의도에서 원외 모임이 이처럼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원외 신분이 되면 ‘끈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일 “김종인 위원장이 마포포럼과 하우스 초청을 받고 바로 달려간 것이 이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21대 총선 직후 경쟁적으로 생겨난 원내 모임은 최근 활동이 뚝 끊겼다. 그 사이 원외 모임의 입지가 점점 커지는 것은 국민의힘에 '권력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종인 체제가 허약하다는 방증이다.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김 위원장은 어쨌든 ‘떠날 사람’이다. 김 위원장에게 대권 꿈이 있다는 일부의 관측이 있긴 하지만, 그를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보는 사람은 아직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뭉치기보다 일찌감치 ‘포스트 김종인’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기 때문이지만, 김 위원장은 다르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가 해체하면 당을 ‘접수’할 가능성이 큰 인사들”라며 “적어도 이들과 '적'이 되지는 않아야 않아야 당권, 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 마포포럼이나 하우스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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