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검찰 향해 "BBK·김학의 때는 왜 가만히 있었나"

입력
2020.11.01 10:56
조 전 장관,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 유죄 판결 나"
"검찰은 무오류 신화 여전히 신봉하는가" 꼬집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쓴소리를 내놓은 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일 "'선택적 순종'과 '선택적 반발''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개 시민 입장에서 수사권, 기소권, 감찰권 등을 보유한 검찰에 몇 가지 묻는다'라는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글에서 "2007년 대선을 2주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다스와 BBK 관련 혐의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을 내렸을 때, 왜 모두 침묵하였나"라고 지적했다. 당시 'BBK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중이던 검찰은 중간 수사 발표를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주가조작, BBK 및 다스 실소유 관련 의혹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명박 후보는 대선을 2주 앞두고 BBK 관련 의혹에서 모두 벗어났고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조 장관은 이어 "검찰이 2013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김학의 법무차관의 성범죄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2013년 6월 성폭력범죄가 '비친고죄'가 되었음에도 2015년 5월 진동균 검사에 대하여 수사는커녕 감찰도 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것을 언급하며 "왜 모두 침묵하였나요?"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사건들에 대해 "시민들의 비판이 쌓이고 쌓여 진실이 드러나고 마침내 유죄판결이 났다"라고 지적하며 "자성의 글이나 당시 수사책임자 및 지휘라인에 대한 비판은 왜 하나도 없나요"라고 했다. 그는 "검찰은 무오류의 조직이라는 신화를 여전히 신봉하고 있는 것이냐"라며 "이상의 세 사건 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다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조 전 장관은 최근 추 장관의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한 수사지휘와 감찰에 반발하는 검사들을 향해 "과거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또는 민정수석이 비공식적 방법으로 내린 수많은 수사지휘에 대해서는 반발하기는커녕 '대선배의 지도편달'이라며 공손히 받아들였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비검찰 출신 법무부장관이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 공식적 지휘를 했을 때만 '검란'이 운운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은 '선택적 순종' 및 '선택적 반발'이라고 규정했다.


검사들 "나도 커밍아웃하겠다"... 응원·지지 댓글 줄줄이


최근 검사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추 장관에게 항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앞서 이달 28일 제주지검 형사1부 소속 이환우(43·사법연수원 39기)가 검찰 내부 전산망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올려 현 정부와 추 장관을 꼬집자, 추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SNS를 통해 이 검사의 과거 행적을 들춘 것이 발단이었다. 추 장관은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다음날 춘천지검 공판검사실 소속 최재만(47·36기) 검사가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남기는 등 '반(反) 추미애' 기류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과거 검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때 돌리던 '연판장'과 비슷한 형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글에는 응원과 지지를 드러내는 검사들의 댓글만 200개 이상 달렸다.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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