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피격 남측 책임이라는 北의 적반하장

입력
2020.10.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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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발표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시신 수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하겠다면서도 이 사건이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초래한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전날 '미국산 삽살개'라는 험악한 표현까지 담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난한데 이은 어이없는 발언이다.

서해 피격 사건은 북한이 이미 사살을 인정한 만행이다. 비무장 민간인의 신원을 확인하고도 느닷없이 사살한 것은 사후 유감이나 시신 수습 노력 정도로 용서될 사안이 아니다. 남북 당국의 사실관계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실체를 밝히는 공동조사가 불가피한데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남측을 비난만 하고 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첩보를 토대로 북한이 시신을 불태웠다고 판단했다가 뒤늦게 표현이 단정적이라고 한 서욱 국방장관의 발언을 끌어대 남측에서 시신 훼손이 아니라고 했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북한이 연일 대남 비난에 열 올리는 것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미 유대를 흔들면서 서해 피격 사건이 국제 인권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 서해 피격 사건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총회에서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보고했고, 우리 국방부도 유엔의 자료 제공 협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신뢰할 만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 사건이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 남북 관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만 남북이 진정으로 관계 회복을 원한다면 사건의 사실을 제대로 규명해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북한의 열망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비상식적인 비난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우리 국방부, 통일부의 요구대로 관련 조사나 협의를 위한 통신 구축에 먼저 응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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