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난 토로' 문 대통령 "청문회 기피 탓에 모시기 쉽지 않다"

입력
2020.10.29 20:30
도덕성 검증 비공개로 법 개정 필요성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28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 여야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박 의장은 인사청문 후보자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 전 비공개 환담에서 “좋은 인재를 모시기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현상이 실제로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만 공개하는 방향으로 청문제도를 고치고자 한다”며 “현재 국회에는 청문회법 개정안까지 발의돼있는 상태지만 현재 논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작금의 인사청문회 풍토와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 좋은 분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 부문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올해 6월 발의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사청문회가 공직사회 도덕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순기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청문회 기피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나라를 위해서 좋지 않다. 지금 정부도, 다음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자 본인보다 주변에 대한 얘기들이 많고 심지어 며느리의 성적증명서까지 (국회가)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정부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라도 반드시 개선을 해야 한다는 진정성을 담은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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