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3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들이 주주에게 얼마만큼의 배당을 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은행 등 금융주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힌다. 올해 뚝 떨어진 주가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호실적을 활용한 적극 배당의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건전성을 앞세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압박이 여전해 지주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는 3분기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대출 증가와 증권사 등 계열사 실적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호실적은 자연히 배당 확대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앞서 금융당국이 코로나19에 대비해 건전성 관리를 주문하면서 한 때 연말결산 배당조차 불투명해 보였지만, 실적 뚜껑을 열어보니 예년보다 높은 배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은 25~27% 수준으로, 30%가 넘는 글로벌 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의 배당성향은 47%나 된다. 일각에서 국내 은행들이 중간ㆍ분기배당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주사들도 적극 배당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호실적에도 4대 지주사의 올해 주가는 연초보다 3~32% 떨어진 상태다. 배당 확대를 통해서라도 주주들을 달래야 할 상황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들이 주가부양 방안으로 주주환원 의지를 피력하면서 지난주 국내 기관은 은행주를 3,340억원 순매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주사들은 올해 배당은 일단 작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성향을 3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 우려로 올해 공격적인 배당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CFO 역시 “낮은 주가를 볼 때 분기배당이 가치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양한 변수가 있어 빠른 시일 내 실현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현재 정관상 1년에 한 차례만 가능한 중간배당을 분기별로 최대 네 차례까지 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실제 분기배당 현실화 시점은 코로나19 종식 후가 될 전망이다.
호실적에도 이처럼 지주사들이 배당 확대에 신중한 것은 금융당국의 엄포와 무관하지 않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 간담회에서 “부실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확고히 유지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주가 그나마 반등한 이유는 배당 기대감 때문인데, 만일 호실적에도 배당을 줄인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반대로 배당을 늘리자니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어 답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