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준 MBN 사장, 행정처분 하루 앞두고 사퇴... 첫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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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5:17


출범 당시 자본금을 편법 충당한 사실이 드러나 유죄 선고를 받은 장승준 MBN 사장이 사퇴한다. 30일 예정된 MBN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행정처분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조치다.

MBN은 2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머리 숙여 국민 앞에 사과드린다"며 "MBN은 2011년 종편 승인을 위한 자본금 모집 과정에서 직원 명의 차명 납입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첫 대국민 사과다.

이어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사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그동안 MBN을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은 방통위의 행정처분 수위가 승인 취소나 최소한 영업 정지 등 중징계가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는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진 사퇴를 촉구해왔지만 사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의 아들인 장 사장은 매일경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8일 방통위에서 이뤄진 MBN 경영진 의견청취에서 장 회장은 이와 관련 "세대 교체를 감안한 결정이었지만 생각이 짧았다"고 했다.

한편 MBN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장 사장 사퇴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조치이며, MBN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MBN 경영 혁신을 위한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노사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언론 개혁의 모범을 만들어야 MBN의 살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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