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메카' 미국 진출…무엇을 노리나

입력
2020.10.29 11:49
2,500여개 바이오사들 밀집한 샌프란시스코
위탁개발 R&D 센터 열어 접근성 높이기 나서
"내년엔 미국 동부, 유럽에도 추가 구축"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꼽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위탁개발(CDO) 연구개발(R&D) 센터를 열며 해외 직접 진출 신호탄을 쐈다. 최근 인천 송도 제4공장 건립 확정으로 위탁생산(CMO) 부문에서 세계 최상위 수준에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로의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미국 현지에서 바이오 기업들의 CDO 수주에 성공하면 CMO 계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R&D 센터를 시작으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개발과 생산을 연계하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포부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9일 미국 R&D 센터 개소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센터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과 더 가까이에 위치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며 "내년부터는 미국 동부와 서유럽, 중국 등으로 센터를 확장해 '원스톱' 서비스 바이오 전문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창업 후 바이오의약품 CMO에 집중하다 지난해 CDO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재까지 60여건의 CDO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더 빠른 사업 확장을 위해 물리적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R&D 센터는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클러스터 단지 안에 위치해 잠재 고객 확보와 서비스 조기 착수 등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D 센터 주변에는 제넨텍, 암젠, 머크 등 2,500여개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들이 몰려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해외 고객사가 시차나 낮은 지리적 접근성을 우려했는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CDO는 세포주(대량 증식해 원하는 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는 세포)와 생산공정 개발 등을 대행하는 사업이다. 이번 R&D 센터가 주로 미국 고객사를 위한 세포주 및 공정 개발, 임상시험용 물질 생산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상업화 단계인 CMO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이어받도록 해 사업 영역 간 유기적 결합을 높인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청사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CDO는 세포주 개발부터 원료 의약품 생산까지 6개월이면 끝내는 빠른 속도를 내세우고 있다. 통상적인 기업들 소요 기간(12개월)의 절반 수준이다. 그동안 위탁개발한 물질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청(EMA) 등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는 등 초기 성과가 조금씩 나오는 중이다.

다만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변수다. R&D 센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필수 인력과 장비를 중심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아직 고객사 방문이나 협상 등 대면 업무에 제약이 있어서다. 앞으로 수요 증가 현황에 맞춰 설비와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우선 서부 지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뒤 내년 중 보스턴 등 미국 동부 지역, 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CDO R&D 센터를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최대 CMO에 만족하지 않고 CDO 사업을 자리매김한 뒤 내년에는 위탁연구(CRO)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CMO와 CDO, CRO 세 부문에서 모두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