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 4인의 '환불원정대' 돌풍 어디까지?

입력
2020.10.29 20:00
19면
BTS·블랙핑크 따돌리고 2주째 가온차트 1위


폐공장을 무대로 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세 보이는' 언니 4명이 선보인 군무는, 마치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한 신인그룹만큼 손발이 착착 맞았다.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알록달록한 의상과 소품으로 변신한 만옥(엄정화ㆍ51), 천옥(이효리ㆍ41), 은비(제시ㆍ32), 실비(화사ㆍ25)는 전자음악풍의 신나는 리듬과 함께 마음껏 몸을 놀렸다. 노래를 마친 이들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듯.

데뷔 3주차를 맞은 그룹 '환불원정대'의 데뷔곡 '돈 터치 미(DON'T TOUCH ME)'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뮤직비디오 영상을 공개한 것.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되겠다"던 이들의 목표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가요계에서는 '환불원정대'가 보여준 세대간 화합이나 여성 댄스그룹에 대한 편견을 벗겨낸 점은 더 큰 소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공개된 '환불원정대'의 '돈 터치 미'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43주차(18~24일) 가온차트에서 디지털과 스트리밍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전주에도 다운로드와 BGM(배경음악) 부문까지 더해 4관왕을 휩쓸었다. 미국 빌보드를 휩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와 블랙핑크의 '러브식걸스'조차 따돌려버린 인기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제작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한 '환불원정대'는 유재석과 이효리, 비가 뭉친 '싹쓰리'의 계보를 잇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때문에 인기 예능 프로의 시청자층을 흡수한 '환불원정대'의 흥행은 일찌감치 예고된 상태였다. 멤버 구성도 어느 한 명 처지지 않는다. 물건 환불을 안 해주고 버티는 가게조차 이들과 함께 가면 돈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강렬한 가수들만 뭉쳤다. 노래도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진한 멜로디가 주를 이룬다.



그룹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로 결합돼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반의 장미' '포이즌' 등 명곡으로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맏언니 엄정화, 국민 여동생 '핑클' 출신의 톱스타 이효리, 관능미 넘치는 힙합가수 제시, '대세 래퍼' 화사의 협업은 음악성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세대 화합의 메시지를 줬다.

여기에 댄스 걸그룹이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트린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40대 이효리와 50대 엄정화가 전성기 때 못지 않은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최신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사실은, 댄스 장르에 대한 재평가의 장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갑상샘암 수술로 성대가 온전치 않아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엄정화의 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회적 의미까지 더하면서 '환불원정대'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불원정대'를 기획한 '신박기획' 측은 음원 수익 전부를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연말에 기부하기로 했다.

장재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