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따구 유충’ 발견된 제주 강정정수장 운영 중단된다

입력
2020.10.28 16:06
다른 정수장 통해 수돗물 단계적 공급
노후된 여과지 정밀여과장치로 교체
재가동은 최고 1개월 이상 소요 전망



제주도는 최근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수돗물을 공급하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정수장 운영을 일시 중단하는 등 특별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는 영산강유역환경청·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협력해 강정정수장 급수구역에 수돗물 안정화를 위해 △단계별 수계전환 수돗물 공급 △강정정수장 시설개선 △유충 유입 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병행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도는 앞서 지난 18일 밤 수돗물 유충 민원이 처음 발생한 이후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여과지 세척 등의 긴급 조치를 지속 시행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유충은 크기가 미세하고, 강정정수장 여과지가 설치된 지 30여년이 지나 노후화 등으로 유충을 완벽하게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강정정수장 한시적 운영 중단과 수계전환 등 특별대책을 실시하게 됐다.

도는 우선 이달 말까지 단계적으로 어승생·회수·토평·남원 등 정수장 4곳을 비상연계해 강정정수장 급수구역 전 지역에 수돗물을 대체 공급하는 등의 수계전환 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어 다음달 1일 오후 6시부터 유충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강정정수장 운영을 중단한다. 현재 제주지역은 광역상수도 통합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을 위해 한 곳의 정수장에서 공급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정수장간 연계관로를 통해 공급할 수 있는 비상연계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다.

도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관로 내 침적물과 녹물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관로세척과 수질검사 등도 실시할 계획이다.

수계전환 조치와 함께 문제가 된 강정정수장의 정상 가동을 위한 시설 개선 및 복구작업에도 착수했다. 도는 강정정수장의 정수기능 개선을 위해 노후된 여과지를 도내 처음으로 정밀여과장치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는 이번에 발견된 유충의 크기가 2㎜ 내외에 불과해 기존 여과지로는 해당 유충을 걸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정밀여과장치를 강정정수장 관로에 맞게 제작하고 설치하는 데 최소 1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한 정수장 시설개선 완료 후 외부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의 엄격한 기술진단 등을 거쳐 완벽한 유충 차단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수장을 재가동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는 또 동물학, 생태독성학, 상하수도, 수처리, 곤충학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 역학조사반을 본격 가동하고, 유충의 정수장 유입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앞서 국립생물자원관이 강정정수장 계통의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을 정밀분석한 결과 타마긴털깔따구와 깃깔따구속, 아기깔따구속 등 3종의 깔따구 유충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깃깔따구속과 아기깔따구속 유충 2종은 국내 미기록종이다. 지난 18일 유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지난 27일까지 도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사례는 63건에 이른다.




최승현 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돗물 유충 사태로 불편을 겪고 있는 모든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공급전환 및 정수장 공정개선 등의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도민 불편을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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