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로나19 일일 사망자, 전주 대비 40% 폭증"

입력
2020.10.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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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30%씩 늘어 
"중환자실 가득차기 시작해 더 우려"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심각해지면서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전주보다 40% 가까이 급증했다. 중환자실 수요도 커져 당분간 사망자 증가세가 꺾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신규 확진자가 매일 30%씩 늘고 있고 사망자도 일주일에 4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환자 수용 여력이 개선됐음에도 입원 환자는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환자실 입원자의 증가는 의료체계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해리스 대변인은 "각국의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2주 후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하루 아침에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이날 4월 이후 가장 많은 하루 사망자(523명)가 발생하면서 파리 등 일부 도시에서 시행하는 통행금지를 연장하는 등 제한 조처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8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 늦게 TV 생중계를 통해 추가 조치를 밝힐 예정이다. BFM방송은 전면봉쇄는 아니더라도 전국적으로 4주간 봉쇄령을 내리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영국도 이날 하루 신규 사망자 수가 최근 5달새 최악인 367명이나 됐다. 누적 사망자 수는 4만5,300명을 훌쩍 넘었다. 확진자는 하루 새 2만2,885명 증가해 총 91만7,575명이었다. 잉글랜드 지역 보건책임자 이본 도일 박사는 "사망자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고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바이러스 확산을 늦춰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의식해 서둘러 백신을 승인했지만 재유행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매일 사망자가 약 320명씩 발생하고 있고, 특히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매일 1,000명 이상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 이날도 신규 확진자 수가 1만6,550명에 달했다. 이 같은 확산세에 러시아는 28일부터 대중교통이나 승강기 등 인구가 밀집된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술집과 식당 등의 야간 운영금지를 권고했다.

이탈리아도 이날 221명이 코로나19로 숨지면서 5월 15일 이후 가장 많은 일일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감염자 수도 2만1,944명에 달했다. 하지만 각종 이동 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는 계속됐다.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규제 반대 시위가 밀라노 등지로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선 경찰이 집회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쏘기도 했다.

벨기에는 사실상 의료체계 붕괴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10개 병원에서 의료진 감염 사태가 발생한데다 최근 입원자 수가 88%나 증가했고, 특히 중환자실의 절반은 이미 환자들로 찬 상태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이 무증상 의료진에게 계속 근무할 것을 요청하면서 집단감염 확산 우려만 커지고 있다.

한편, 영국에선 코로나19 항체가 생겨도 몇 개월 내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에 따르면 36만명에 대한 바이러스 항체 검사 결과 3개월 사이에 항체 보유자가 26% 감소했다. 연구팀을 이끈 폴 엘리엇 교수는 "일부는 백신 접종 후 몇 개월 뒤 다시 접종을 받아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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