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쏘나타 재고 관리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36년간 유지해온 국민차 자리를 기아차 K5와 한 등급 위 모델인 그랜저에 내주면서 판매량 급감을 보이고 있어서다. 당장 다음 달 생산중단을 검토할 판이다.
28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이날 ‘11월 생산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생산 계획 및 재고 관리에 관한 회의를 가졌다.
사측은 이날 설명회에 앞서 다음 달 16일부터 20일까지 아산공장 휴업을 노조 측에 제안했다. 쏘나타 생산주문 부족으로 재고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쏘나타는 5월 이전 생산분을 대상으로 최대 5.0% 할인 판매에 들어갈 정도로 재고가 쌓인 상태다. 쏘나타는 아산공장에서 하루 평균 300~400대 가량 생산된다. 현대차는 5일간 공장 가동을 멈춰야 재고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휴업을 계획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와 협상 끝에 가동중단 결정을 유보했다. 같은 라인에서 혼류 생산중인 그랜저까지 생산을 멈춰야 하는 사태가 벌어져서다. 그랜저는 매달 1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보이는 인기 차량이다.
1985년 출시 이후 우리나라 대표 중형차 자리를 유지해온 쏘나타가 이처럼 애물단지 신세가 된 것은 과거에 비해 애매해진 입지 탓이다. 이젠 중형차를 고급차로 인식하지 않는데다, 가족차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선호가 높아져 주 고객층을 빼앗긴 것이다.
실제 올 9월까지 쏘나타 내수 판매량은 5만2,37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급감했다. 수출 물량도 전년 동기 대비 24.1% 줄어든 1만6,937대에 불과했다. 반면 경쟁모델인 K5는 같은 기간 내수시장에서 6만6,716대 팔리며 쏘나타를 1만 대 넘게 앞서면서 국내 중형 세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K5는 현대차그룹 ‘3세대 중형 플랫폼’ , 파워트레인(동력계통) 등을 공유하는 ‘형제 모델’이지만 역동적인 외관을 갖춰 젊은층 선호가 높다.
쏘나타를 대신해 새로운 국민차로 떠오른 그랜저는 기존 고객층인 50대에, 30~40대 고객들을 흡수하며 올 9월까지 11만3,810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8% 성장한 판매량으로, 현재 추세라면 연말까지 15만대 판매도 가능할 전망이다. 수입차 시장 대중화로 고급차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고, 그랜저의 디자인ㆍ편의장비 등이 젋은층의 주머니를 열게 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판매가 부진하지만, 지난해 3월 신차를 내놓았기 때문에 당장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는 불가능하다”면서 “친환경차 수요 증대에 맞춰 쏘나타 하이브리드 판매를 확대하고, 고성능 라인업인 쏘나타 N을 조만간 출시해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