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악재 속에서도 3분기(7~9월) 깜짝 실적을 냈다. 기업과 개인 대출이 늘어난데다, 주식 열풍 속에 증권사 등 비(非)은행 계열사 실적이 약진한 결과다. 금융권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나란히 분기 순이익 첫 1조원 돌파라는 기록까지 달성했다.
27일 신한금융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1,44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1.1% 늘었다고 밝혔다. 증권가 예상치(9,794억원)를 2,000억원이나 뛰어넘은 것이다. 분기 순이익 1조원 돌파는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이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9,502억원으로, KB금융(2조8,889억원)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은 3분기 당기순이익 1조1,666억원으로 금융권 중 가장 먼저 분기 순익 1조원을 넘겼고, 하나금융도 7,601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시장 추정치를 19%나 웃돌았다.
이 같은 금융지주 호실적은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성장과 비은행의 ‘선방’ 때문이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코로나19 금융지원과 신용대출 등 은행 원화 대출이 늘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NIM이 1.8% 하락했지만 대출이 7.7% 늘면서 누적 이자이익 역시 작년보다 2% 늘었다. 하나금융 역시 3분기 대출액이 전 분기보다 3.4% 늘어난데다, 부실채권 이슈가 없어 순이자이익이 늘었다. 우리금융 역시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전기 대비 0.6% 증가했다.
개인의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풍 등에 힘입어 증권계열사 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 분기 대비 1,121.3% 폭증한 1,27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KB증권 순이익도 2,08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9%나 늘었다. 하나금융투자의 올해 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2,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2% 늘었다.
한편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옥죄기로 하반기 수익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들어 신용대출과 대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정책대출과 금융지원이 이뤄지면서 여신 성장률이 계획을 웃돌았다”면서도 “3분기부터 수익성, 건전성 관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4분기 여신은 9월 말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