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잇단 무기 판매로 대만과의 결속을 과시하자 중국이 도발 수위를 한층 높였다.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띄우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지난해 무역전쟁 과정에서 묵혀뒀던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도 다시 꺼냈다. 대선을 앞두고 어수선한 미국의 틈을 노리는 중국의 공세가 집요해지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27일 "독립을 꾀하려는 대만을 결연한 군사행동으로 억눌러야 한다"면서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투입해 중국의 주권을 선언하고 만약 발포하면 참혹한 타격을 가해 대만의 국제적 위상을 절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중간선은 없다"며 대만 근처로 줄곧 군용기를 띄우긴 했지만, 이처럼 대만을 직접 겨냥해 항공력 투입과 전쟁불사 의지를 밝힌 건 이례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록히드마틴·보잉·레이시언 등 미 방산업체 3곳과 대만 무기 수출에 관여한 개인·기업·단체를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희토류 공급 차단이 제재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 패트리엇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무기를 만들려면 대부분 희토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1억2,000만톤)의 37%가 중국(4,400만톤)에 묻혀 있고, 미국은 지난해 희토류 수입의 80%인 9,200만달러(약 1,037억원) 상당을 중국에서 들여왔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중국은 미국을 힘들게 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은 대미 항전의지로 똘똘 뭉쳐있는 상태다. 25일 항미원조전쟁(중국의 한국전쟁 명칭) 70주년을 거치면서 부쩍 애국심을 고취했고, 29일까지 열리는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미국의 압박을 뚫기 위한 경제 비전과 체제 강화 방안을 내놓을 참이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 앞서 중국이 취한 제재 조치는 핵심이익을 훼손할 경우 맞받아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에 또 다시 무기를 지원하며 중국을 몰아세웠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최근 23억7,000만달러(약 2조6,781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기로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통과된 장비는 보잉사의 하푼 해안방어시스템 100기로, 중국군의 대만 상륙을 저지하기 위한 무기다. 미국은 닷새 전에도 록히드마틴의 고속기능포병로켓시스템 등 18억달러(약 2조400억원) 상당 무기 3종의 대만 판매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