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도 모자라 집단폭행… 친구 숨지게 한 4명 중형

입력
2020.10.27 14:25
징역 9~18년 확정


원룸에서 함께 살던 학교 친구를 물고문하고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미성년자 등 4명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된 B(19)군은 징역 10년, C(19)군은 징역 11년, D(20)씨는 징역 9년의 형이 각각 확정됐다.

A씨 등은 지난해 6월 9일 오전 1시쯤 광주 북구 한 원룸에서 함께 자취하던 E(18)군을 수십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직업전문학교에서 알게 된 피해자 E군과 함께 살면서, E군을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하고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상처가 심해지는데도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병원에도 가지 못하게 했고, E군은 내부 장기의 상처가 깊어져 걸어다니지도 못한 상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A씨 등의 괴롭힘은 계속됐다. 세면대에 물을 채우고 E군의 머리를 집어넣는 '물고문'까지 했다. E군에게 다른 사람을 찾아가 부모님을 욕하게 한 뒤 얻어 맞도록 하는 이른바 '패드립(패륜적인 언사) 놀이'를 하기도 했다. 결국 E군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만, A씨 등은 E군을 이불로 덮어 방치했고, E군은 결국 외력에 의한 다발성 장기 손상과 패혈증 등으로 사망했다.

1심은 이들 4명의 살인 혐의를 인정한 뒤 A씨에게 징역 20년, 미성년자인 B군과 C군에게 각 장기 15년에 단기 7년, D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119 구조대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리고 가기는커녕 피해자의 휴대전화 내용을 삭제했고, 3명은 살해 범행 직후 해수욕장을 가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2심은 A씨에 대해서만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형량을 감형했다. A씨에게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B씨 등은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방으로 들어온 후에야 A씨의 강도 높은 폭행과 피해자의 심각한 상태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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