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공수처 지각 추천, 처장 인선은 서둘러라

입력
2020.10.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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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공수처 출범에 물꼬 튼 셈
비토권 남용 말고 중립적 인사 찾길

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 법이 통과되고도 한동안 지체된 공수처 출범의 물꼬가 트였다. 처장 후보 추천위를 구성하고, 공수처 법 개정안도 발의한 만큼 야당이 더 이상 시간 끌기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이제 여야는 추천위원회에서 능력 있고 중립적인 인사를 처장 후보로 선정하고 공수처가 제 임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24일 공안 검사 출신의 임정혁 변호사, 2015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내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환영했으나 불신의 시각은 여전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임정혁·이헌 변호사가) 공수처 방해위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거나 “공수처 출범 저지 2단계에 돌입한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내놨다. 대통령에 공수처장을 추천할 때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비토권을 행사할 경우 처장 임명이 무한정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까지 야당이 법적 시한을 넘기며 무리하게 시간을 끌어온 것은 사실이다. 26일까지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으면 야당 측 추천위원이 없어도 처장 임명이 가능토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민주당의 최후통첩 시한에 몰려서야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공수처 수사대상을 부패 범죄로 제한하고 기소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또 한 번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그러나 더 이상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킬 명분은 없다. 법 개정은 국회 상임위에서 토론을 거치되, 공수처장 추천은 그와 별개로 해야 할 일이다. 최근 라임 펀드 사기 사건에서 검찰이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공수처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여야는 이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공수처장 후보로 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토권을 휘두르거나 법 개정을 무기 삼아 밀어붙이는 식으로 추천위가 정쟁의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야 모두 동의하는 인물이 공수처장이 된다면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처장 추천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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