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정경유착ㆍ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검찰과 25년 악연

입력
2020.10.25 16:58
두 차례 불구속 기소, 집행유예 
특별사면으로 위기 탈출하기도
남은 사건들 '공소권 없음' 종결 전망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생전 '정경유착', '경영권 불법 승계' 등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검찰과 질긴 악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수사를 받을 때마다 불구소 기소 및 집행유예 선고 끝에 특별사면으로 위기를 탈출하기도 했다.

서초동과 악연은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삼성그룹이 노 전 대통령에게 250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결론 내리고 같은 해 12월 5일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996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이 회장은 1997년 개천절에 사면 복권됐다.

2000년에는 법학교수 43명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의혹을 제기하며 이 회장을 고발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에버랜드 임원만 재판에 넘기고 이 회장을 조사하지 않았다. 2005년 삼성 임원들이 정치권과 검찰에 로비를 벌였다는 이른바 '삼성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이 회장은 서면조사만 받고 무혐의 불기소 처분됐다.

이 회장이 다시 검찰 수사를 받은 건 2007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다. 이듬해 출범한 '삼성 특검'은 에버랜드 CBㆍ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혐의(배임)와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4월 17일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은 "지배구조를 유지ㆍ관리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이며 대기업 임원을 구속하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9년 에버랜드 CB 관련 혐의는 무죄, 나머지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이 확정됐으나 같은해 12월 또다시 사면 복권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 회장을 특별 단독 사면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등을 명분으로 들었다.

이 회장은 이후에도 수차례 입건ㆍ고발됐으나 조사가 불가능한 건강 상태를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삼성 특검 때 확인되지 않았다가 경찰 조사에서 새로 발견된 8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검찰은 조만간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성매매 의혹 동영상 관련 고발 사건도 마찬가지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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