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명실공히 1인 총수에 등극했다.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 셈이다. 삼성전자 수장으로 올라선 이 부회장 앞엔 '왕관'의 무게만큼이나 험난한 앞날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적 리스크에 불확실성은 크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성장과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먹거리 발굴 또한 시급하다.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게 삼성전자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삼성전자는 '비대면 호황'에 힘입어 올 3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가져왔다. 하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재확산, 수요 침체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3분기 호실적도 지난 상반기에 정지됐던 시장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부각된 미중 무역갈등도 상당한 걸림돌이다. 특히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맡은 반도체 부문의 내상은 적지 않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화웨이에 대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중단되면서 D램, 낸드플래시의 제품 가격은 연말까지 하락될 전망이다. 지난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달러로 애플(361억달러)과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호재로 점쳐진 스마트폰 부문도 안심하긴 이르다.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여온 인도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샤오미 등 경쟁사의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과거에 마련했던 밸류체인 재구성도 절실하다. 삼성은 중국에 부품을 보내 제품을 완성하고, 이를 미국 등 선진국에서 판매하는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베트남, 인도 등의 생산 기지를 육성해왔다.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한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해당 사업분야의 성장 속도는 한계에 이른 상태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향후 10년, 20년을 이끌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전념하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로의 사업 확장에 나선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까지 석권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큰 데다 5G 통신, 고성능 컴퓨팅(HPC), 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우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분야다. 이 부회장은 직접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 수급을 위해 지난 13일 네덜란드에 직접 방문해 반도체 장비사 ASML의 최고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경쟁사인 대만의 TSMC보다 더 많은 차세대 반도체 장비를 확보해 생산 물량에서 앞서겠다는 전략이다.
전장분야에서도 새로운 밑그림이 요구된다. 이 부회장은 올해만 5월과 7월 두 차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공개적 만남을 갖고 전장분야에서의 협력을 다짐했다. 전장분야는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이 접목해야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의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 삼성SDI 등 각 전자계열사와 자율주행 기술, 차량용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개발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