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 베를린에 위치한 박물관 여러 곳에서 유물이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범인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지만, 현지에선 미국 대선을 방해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모론을 주장하는 ‘큐어넌’을 유력한 배후로 보고 있다.
사건은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일인 이달 3일(현지시간)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베를린 시내 박물관 밀집지역에 있는 페르가몬 박물관과 구(舊)국립박물관, 신(新)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60여점에 유성 물질로 뿌려졌다. 복구 가능 여부는 불확실하다. 크리스티나 하크 베를린주 박물관 부국장은 21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박물관에 가해진 가장 큰 손상”이라고 말했다.
의심의 눈초리는 큐어넌에 쏠리고 있다. 현지 매체 디자이트와 도이칠란트풍크는 “박물관 유물 파손과 음모론자간 연결 고리가 있다”고 전했다. 큐어넌이 사건 장소 중 한 곳인 페르가몬 박물관 소장 유물과 관련해 최근 음모론을 제기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8월 독일 큐어넌 세력의 중심 인물 중 하나인 아틸라 힌드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페르가몬 대제단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 대제단이 성서 요한계시록에 묘사된 ‘사탄의 왕좌’라는 이유에서다. 힌드만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이런 내용의 글을 반복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큐어넌 연루설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베를린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 감시 카메라 영상을 분석했으나 명확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르스텐 폴 베를린 경찰 예술범죄수사단장도 “배후를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국은 박물관 예약 명단을 교차 분석해 범인을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은 방문객들의 신원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해 용의자 색출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창궐로 독일 박물관들은 방문객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으나 즉석 방문자의 명단은 따로 만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