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녹색병원의 임상혁 병원장이 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것에 대해 "심야노동이 그만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녹색병원은 직업병 환자를 위한 진료소가 따로 있는 이른바 '노동자 병원'이다. 임 병원장은 국내 최초 노동자 병원인 구로의원과 산재의료관리원 원장을 지냈다.
임 병원장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장시간 노동보다 더 나쁜 것이 심야노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심야노동의 위험을 연구해서 위험성을 얘기했는데,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교대노동"이라며 "(심야노동의 위험성 때문에) 밤에 일을 덜하고 낮에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 교대노동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밤에는 심장이 천천히 뛰고 낮에는 심장이 빨리 뛰는데 이게 생체리듬"이라며 "생체리듬이 파괴되면 밤에 빨리 뛰고 낮에 오히려 천천히 뛰어 심장에 굉장히 큰 무리가 가고 뇌혈관이나 심혈관 질환이 생기게 된다"고 부연했다. 생체리듬이 바뀌면서 과로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장시간 노동보다 더 나쁜 것이 심야노동이고 심야노동보다 더 나쁜 것이 장시간 심야노동"이라며 "보통 택배노동자가 아침 일찍 나와서 새벽 4시에 들어간다면 장시간 노동에 심야노동이 더해지니 정말로 나쁜 노동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병원장은 정부나 기업에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기업에서는 이커머스를 외치며 서비스를 발전시키려고 경쟁을 더 심하게 하고 정부는 거기에 발맞춰 나간다고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택배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없다"며 "택배노동자를 고려하는 정책을 만들어줘야 되는데 제 개인적으로 가장 없어져야 될 것이 당일배송"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경북 칠곡 소재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해 온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서는 과로사가 맞다는 의견도 내세웠다. 쿠팡 측은 해당 노동자의 3개월 평균 근무시간이 주 44시간이었다며 과로사가 아니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지만, 임 병원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재해에서 과로사 인정 기준을 보면 야간근무를 할 경우 주간근무에 30% 시간을 가산해준다"며 "이 노동자가 44시간을 일했으니까 가산하면 사실 53시간을 일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5만보를 걸었다고 하니 육체적 강도가 굉장히 높게 일하지 않았냐"며 "정신적인 긴장이 높은 경우도 업무와 질병 관련성이 강하다고 하는데, 별다른 반증이 없는 한 산재로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