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60대와 동일한 백신을 190여명이 접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21일 새벽 독감 백심 접종 후 숨진 A(69)씨가 접종한 백신과 동일한 백신을 접종한 도민은 188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도는 이들에 대한 명단을 확보한 후 이상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A씨가 접종한 백신은 녹십자사가 제조한 ‘지씨플루코드리밸런트’이며, 제조번호는 ‘Q60220030’으로 확인됐다.
도에 따르면 A씨는 국가 무료예방 접종 대상자로,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제주시 소재 민간 의료기관을 찾아 독감 무료접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접종 후 A씨는 20일 오전 4시쯤부터 몸살 기운과 함께 목이 아픈 증상이 나타났으며, 출근 이후에도 열이 발생해 오전 10시쯤 접종한 병원을 다시 찾아 치료를 받고 오후 3시쯤 귀가했다. 하지만 20일 오후 11시 57분쯤 호흡 곤란 증상이 있어 119로 한마음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병원 도착 후 21일 0시 10분쯤 사망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A씨가 평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사망과 백신 접종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역학조사에 착수했고, 유족들과 협의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도는 제주를 비롯해 전국에서 백신 접종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숨진 A씨가 접종한 백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도는 이날 질병관리청에 문의한 결과 백신 접종과 사망 원인과의 직접적인 상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백신 제조회사와 제품을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백신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불과 몇시간 후인 이날 오후 질병관리청은 숨진 A씨의 백신 제조번호를 공개했다. 또한 경기도 등 타 지자체들도 사망자 관련 백신 정보를 이미 공개한 상황이어서, 접종을 마쳤거나 앞둔 도민들에게 백신에 대한 불안감만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도의 백신 정보 비공개 입장과 달리 도민 알권리 차원과 동일 제품에 의한 문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백신의 로트번호를 알게 되면 사망자와 동일한 제조회사 제품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본인이 맞은 제조번호를 알려면 해당 병원에 문의하거나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임태봉 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질병관리청에서는 보도자료를 포함해 백신정보에 대한 자제요청을 해놓고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일관성 없이 정보를 공개해 지자체 혼란을 초래했다”며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22일 오전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를 통해서도 정식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