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사례는 당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정부 침수차량 관리에 ‘구멍’이 여전한 탓에 정상차로 둔갑한 침수차량이 불법 유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기록적 폭우로 인해 침수 차량 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손보지 않으면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보험개발원을 통해 태풍 등으로 인한 차량 피해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 8월까지 신고된 피해 건수가 8,10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반드시 폐차돼야 할 전손(全損) 차량은 5,989대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피해액수는 86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사상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의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그러나 9월까지 폐차가 완료된 차량은 5,000대였다. 1,000대 가량이 여전히 폐차되지 않은 상태로 도로를 누비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침수전손차량의 경우 ‘폐차이행 확인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유통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보험사가 전손처리한 차량을 폐차장에 넘기면 정부가 실제로 폐차 처리를 했는지 확인하는 제도로 2018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차량의 경우 파악 자체가 되지 않아 침수 이력을 관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 가입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올해 6월 기준 10명 중 3명(28.4%)은 미가입 상태다. 특히 육운(육상에서 여객 및 화물을 나르는 것) 공제 의무보험에 가입돼 있는 택시나 버스, 화물차, 렌터카 등의 침수전손 보험가입률은 0.4~27.0%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침수차량 소유자들은 피해액을 보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폐차하기 보다 수리해서 중고차로 매매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택시나 버스 등 법인회사의 소유 차량은 침수 시 회사 내 정비공장에서 자가 정비를 하기 때문에 정비이력이 조작될 공산도 크다. 송언석 의원은 “침수차 불법 유통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침수전손 손해보험 미가입 차량 관리 방안에 대해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