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전세 거래량 통계를 이례적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부작용으로 전세난이 심화됐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전세 거래가 오히려 늘었다"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에선 유의미한 통계가 아니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열린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전세가 가격은 오르고 물량은 줄어드는데, 실거래 통계는 전년 동기 대비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 후 허영 민주당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전세시장 일부에 매물부족 현상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거래량은 증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날과 19일에도 전세거래가 늘었다는 통계를 잇따라 공개했다. 전날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를 보면 9월 전월세 거래량은 17만5,126건으로 전월보다 0.1% 감소했지만, 작년 9월보다는 18.1% 늘었다. 지난 5년 평균과 비교해도 32.7% 증가했다. 국토부는 19일 저녁 배포한 설명자료에서도 "전세 거래량은 예년 대비 감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9월 통계만으로 전세 거래가 늘었다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통계는 확정일자 신고 기준으로 집계한 것인데, 9월에 신고한 물량 중엔 새 임대차법 시행(7월말) 이전인 지난 5~6월 계약 건도 포함될 수 있어서다.
주택매매시에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신고 의무가 있지만 전월세 계약은 내년 6월 이후 신고의무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신고의무가 없는 만큼 임대차 계약 중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국토부가 발표하는 월간 전월세 통계조차 국가 승인 통계가 아니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선 계약일 기준으로 매일 수치를 공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통계를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현재 파악되는 9월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5,674건으로 8월(8,379건)과 7월(1만2,473건)에 비해 급감하는 추세다. 다만 이는 계약 후 3~4달 후에 신고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아직 최종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이를 근거로 "9월 거래가 급감했다"고 하는 쪽도, 반대로 몇 달 전 거래까지 포함된 신고 기준 통계로 "9월 거래가 늘었다"고 하는 쪽도 정확한 판단이 아닐 수 있는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 분위기 파악에는 계약일 기준 통계가 유용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며 "그만큼 현재 임대차 시장 통계는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