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미국 대선과 상ㆍ하원 선거 싹쓸이를 노리는 민주당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명목으로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불똥이 하원 선거에 튄 것이다. 캠퍼스가 텅 비면서 민주당의 핵심 우군인 학생 표를 잃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립대가 있는 미시간주(州) 8선거구를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2년 전 공화당 현직 의원을 누르고 20년 만에 해당 선거구를 탈환한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에 의석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신을 지지해 준 대학생들이 캠퍼스가 아닌 자택에 칩거 중이어서 선거 참여 여부가 불확실한 탓이다. 1만3,098표 차이로 승패가 결정됐던 지난 선거를 감안하면 수천명의 학생 표를 잃는 타격은 매우 크다. 2018년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슬롯킨 의원은 젊은층에서 약 6,000~7,000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당장 보완 전략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미국도 젊은층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고 대학생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텅 빈 캠퍼스’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미시간 8선거구의 선거관리 담당자인 제니퍼 슈스터는 NYT에 “많은 학생들이 현재 고향에서 투표하기 위해 (투표지) 등록을 바꾸고 있다”면서 “일부 선거구는 투표 규모가 축소돼 결과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 2년의 하원은 이번 선거에서 435석 전원을 새로 뽑는다.
일리노이주 13선거구나 오리건주 4선거구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벳시 론드리건 민주당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단 1%포인트 차로 일리노이 13선거구를 공화당에 내준 이후 절치부심했지만 재도전이 녹록지 않게 됐다. 선거분석매체 ‘쿡 정치 보고서’의 데이비드 와서먼 편집장은 “민주당은 일리노이대 등 선거구 내 여러 캠퍼스의 지지를 기대했으나 원격 수업으로 많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나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현역 의원의 재선으로 표심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복잡해진 투표 절차도 학생들을 선거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학생 유권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록더보트’의 캐럴린 디윗 대표는 “어디에 등록해야 하는지, 부재자 투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 투표를 하는 학생 유권자의 혼란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선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시작된 여름부터 정치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져 유권자 등록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투표지를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움직임도 있다. 지지 후보의 승리를 위해 경합주로 유권자 등록 교체를 권장하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