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적 발전론, 혹은 자본주의맹아론의 대부로 꼽히는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당시로서는 척박한 한국농업사 연구에 평생을 투신하며 '조선후기농업사연구(Ⅰ)(Ⅱ)', '조선후기농학사연구', '한국근대농업사연구(Ⅰ)(Ⅱ)(Ⅲ)', '한국근현대농업사연구', '한국중세농업사연구', '한국고대농업사연구'와 같은 업적을 냈다.
경영형 부농 등의 개념을 통해 조선 후기, 자본주의 사회로 이동할 동력이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학계에서 내재적 발전론 혹은 자본주의 맹아론의 대부로 꼽혔다. 고인의 이런 이론은, 이후 한국 학계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한국사의 숨은 신'이란 별명은 거기서 나왔다.
고인의 엄격한 실증적 작업 덕에 일제의 식민사학 극복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포스트모던 바람이 불어닥친 2000년대 이후에는 과도하게 도식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실증적 연구를 위해, 하루 도시락 두 개 싸서 연구실로 출근한 뒤 그 도시락을 싹 다 비운 뒤에야 연구실을 나서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코로나19로 조문은 21일 하루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