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플라톤이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위한 토대는 자유ㆍ보통선거다. 정치 외면의 대표적인 사례로 선거 불참이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에서 선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져 왔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거점을 둔 민주주의ㆍ선거지원국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지금까지 130여개 국에 선거 일정이 있었지만 절반이 넘는 71개국이 이를 연기했다.
□선거를 치른 국가에서는 결과에 일정한 경향이 눈에 띈다. 코로나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치러진 뉴질랜드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이 압승했다. 야당에 의석수에 뒤지고도 연정을 꾸려 가까스로 집권에 성공한 뉴질랜드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1996년 새 선거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과반에 성공했다.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과 소수자에 열린 정책에 더불어 적극적인 봉쇄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40세 저신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의 결과다.
□대만의 1월 총통 선거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민진당 차이잉원이 재선되고 8월 가오슝 시장 보궐선거에서 역시 민진당 후보가 승리한 것도 미중 갈등 영향이 있지만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덕택이다. 코로나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의 경우 네타냐후 총리 개인 비리로 재집권이 심히 불안했지만 어렵사리 연정을 구성할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코로나 선거 준비와 결과의 세계적인 모델은 한국의 4ㆍ15 총선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반대로 코로나 방역에 우왕좌왕한 나라에서는 여당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6월 프랑스 지방선거 2차 투표가 대표적이다. 집권 '전진하는 공화국'은 이 선거에서 참패한 데 이어 9월 상원 선거에서도 열세였다.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최근 하루 확진자가 6만명을 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11월 미국 대선이 '코로나 선거' 공식을 따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