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또다시 광주ㆍ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역설했다. 이번엔 아예 광주시의회에서 공식화했다. 이 시장은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현실에 머무르면서 통합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낙후와 고립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전남도를 향해 논의의 장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남도의 반응이 여전히 시큰둥한 데다, 광주시의회 일각에서조차 이 시장의 제안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시ㆍ도통합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시장은 19일 열린 제293회 광주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오직 광주ㆍ전남의 상생과 동반성장,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해법으로 광주 전남 통합 논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도 통합 당위성으로 △국가 균형 발전ㆍ도시 경쟁력 제고 △지자체 초광역화 추세 △소지역주의나 불필요한 경쟁 탈피 등을 들었다. 이 시장은 "통합 논의는 양 시ㆍ도 간 긴밀한 협력의 틀 속에서 자유롭고 폭넓게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통합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일부에서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부작용부터 얘기하는데, 이는 상생과 통합의 큰 틀 속에서 협의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될 일"이라며 "새로운 길을 가는 혁신에는 항상 저항이 있고 힘이 들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앞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광주시의원들은 이 시장의 진정성에 대해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광주시의회 의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시장이 '시ㆍ도통합 발언은 즉흥적으로 가볍게 던진 것이었는데, 파장이 커졌다'는 식으로 발언한 게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A시의원은 "이 시장이 당시 시ㆍ도통합 문제를 가볍게 툭 던졌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지 몰랐다는 뉘앙스로 말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B시의원도 "이 시장이 대수롭지 않게 한번 고민해보자는 식의 의제로 통합 문제를 던졌다는 뉘앙스로 얘기하길래, 속으로 시장답지 않게 아마추어 같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시장이 "시ㆍ도통합 제안은 즉흥적인 게 아니다"고 했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냐는 반응이었다. 더구나 이 시장이 지난달 10일 열린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대비 정책토론회' 축사 초안엔 없던 시ㆍ도통합 부분을 자신이 직접 써넣은 것으로 알려진 터였다. 이 시장이 시ㆍ도통합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의도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ㆍ통합 문제에 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없다"는 이 시장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C시의원은 "이 시장이 시ㆍ도통합만 된다면 차기 지방선거에 안 나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하길래, 그게 2년 내에 되겠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시장이 시ㆍ도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려면, 차기 지방선거에 안 나가겠다고 밝힌 뒤 통합 논의를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남도의회가 시ㆍ도 통합 문제에 대해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시장의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역 정치권의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