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연예인의 성형,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입력
2020.10.19 18:00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는 지난 18일 오후 S.E.S. 출신 배우 유진이 스페셜 MC로 출연했다. 모벤져스는 다른 여자 게스트들이 나왔을 때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의 외모를 칭찬했다. 신동엽은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자연 미인이라는 사실은 연예인에게 하나의 훈장이다. 고친 곳이 없는 연예인은 그렇지 않은 연예인보다 조금 더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형을 하지 않은 연예인은 성형설을 해명하고, 성형을 한 연예인 중 몇몇은 자연 미인인 것처럼 행동한다.

일부 연예인들은 자신이 성형을 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직접 털어놓기도 한다. 지난 6일 방송된 TV조선 '아내의 맛'에서 배슬기는 "코만 6번 수술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는 제시가 "내게도 실리콘이 있다"며 가슴 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흔히들 이를 가리켜 '성형 고백'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고백'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표준대국어사전에 의하면 고백의 의미는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함' '고해 성사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으려고, 고해 신부에게 지은 죄를 솔직히 말하는 일'이다. 성형이 '감추어 둔 것'이나 '솔직히 말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단어의 의미만 보면 성형이 마치 '나쁜 행위'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성형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문제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성형수술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고,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은 성형을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형 전 사진으로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고, '성형괴물'이라는 자극적인 수식어를 얻기도 한다.

성형 수술이 꼭 스타의 자발적인 의지로 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성형을 결심하는 스타들도 있다. 대중의 비난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과거 거미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소속사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성형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습생 시절 외모 때문에 번번이 오디션에서 낙방했다"며 "오디션 도중 '그 얼굴로 가수를 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소속사가 성형 수술을 권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쁜 얼굴에 대한 대중의 수요 때문이다. 흔히들 연예인을 가리켜 '인기를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인기 가수, 배우들이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외면적 아름다움은 연예인에게 성공을 위한 하나의 조건이 된 듯하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도 드러난다. '미녀는 괴로워' 속 강한나(김아중) 역시 성형 수술을 통해 아름다운 외모를 얻은 후에야 인기 가수가 될 수 있었다. 169cm, 95kg의 수술 전 강한나는 꿈꾸지도 못했던 일이다. 올해 한 주요 포털 사이트의 '미녀는 괴로워' 평점란에는 "지금 시대를 잘 반영했다" "사회적 인식이 스스로를 꾸미게 만드는 것 같다" 등의 감상평이 달렸다. '미녀는 괴로워'는 2006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영화 속 현실은 오늘날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사회의 시선이 문제다. 연예인의 예쁜 얼굴에 대한 대중의 집착은 그들로 하여금 성형외과를 찾게 만들었다. 연예인의 성형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 이전에 연예인의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자 노력하는 게 먼저 아닐까. 완벽한 겉모습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감소한다면, 연예인들이 원치 않는 성형을 강요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의 유형에는 예쁜 외모만 있는 게 아니다. 지성과 재능 역시 아름다움 중 하나다. 지성이 빛나는 배우와 뛰어난 실력의 가수가 함께할 때 무대는 더 빛날 것이다. 스타들이 다양한 종류의 아름다움으로 사랑받길 바라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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