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떻게 넘기겠지만 내년이 걱정입니다. 내년까지는 버텨야 할텐데요."
허리띠만 졸라매면서 생명줄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해 보였다. 지금 보단 어두운 전망은 우려를 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만연된 항공업계 내부 목소리다.
'생존'을 최우선 경영 방침으로 세운 항공업계의 버티기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직원들의 휴직 확대와 4대 보험료 납부 등을 포함해 꺼낼 수 있는 모든 카드가 동원되고 있지만 앞이 캄캄한 게 현실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과 협의해 이달 중으로 정부에 기안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원금 신청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우선 목표는 실탄 마련이다. 현재 코로나19의 재확산세를 감안하면 내년 항공산업도 장담할 순 없는 형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화물운송 확대로 1,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3분기에도 약 4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실적 방어를 도왔던 항공화물 운임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4분기 이후 전망은 부정적이다. 10~12월 중 만기 도래 예정인 1조2,000억원의 차입금도 대한항공의 목줄을 죄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매각해 9,906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기안기금 지원과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송현동 부지’ 매각까지 완료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4대 보험료 납부 유예 기한을 내년 3월까지 6개월 연장하기도 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사정은 최악이다. 당장, 기안기금 신청도 쉽지 않다. 우선 기금 신청 기준인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 등을 충족하는 곳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두 곳 뿐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중으로 1,7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분리매각이 정리된 이후 기안기금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7%대에 달하는 기안기금의 높은 금리는 부담이다.
고정비 감소를 위해 임직원 휴직도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15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유급 순환 휴직’을 12월 15일까지 연장했다. 대상은 국내 직원 1만8,000여명 중 1만2,600여명(70%)에 달한다. 휴직자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매달 최대 198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엔 다음달부터 유급 휴직 직원들을 무급 휴직으로 전한다. 이달 말이면 정부의 유급휴직 지원 기한(240일)을 다 채우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LCC 업체들도 이달 말부터 12월 말까지 무급 휴직을 시행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 최대 이슈는 ‘생존’이 됐고, 올해는 정부 지원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내년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며 “화물 운송을 확대하고, ‘목적지 없는 비행’ 등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주력인 여객수송이 살아나지 않으면 ‘제2의 이스타항공’과 같은 대량 실업 위기에 처할 수 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