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5,000억원대 피해를 낳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측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부실 투자 의혹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로비 대상 및 로비 창구로 의심되는 인물 등과 관련한 자료들을 확보, 전파진흥원의 정확한 투자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옵티머스 핵심 인물의 부인인 이모(36) 전 청와대 행정관 외에, 또 다른 전ㆍ현직 청와대 행정관과 옵티머스 측의 연루 의혹도 추가로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소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경인본부와 서울 강남구의 강남N타워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중구의 대신증권 본사도 압수수색 장소에 포함됐다. 전파진흥원은 2017년 옵티머스 펀드에 1,060억원대의 투자를 했다가, 이후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 이를 철회했던 곳이다. 대신증권은 이 시기 옵티머스 펀드 판매를 주로 맡은 회사로, 전파진흥원의 투자의 대부분인 830억여원이 이곳을 거쳐 갔다.
검찰은 당시 전파진흥원 기금운용 담당 간부였던 최모 현 경인본부장의 사무실에서 그의 업무수첩과 휴대폰 등을 압수했다. 최씨는 전파진흥원 투자 과정에서 옵티머스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정영제(57ㆍ수배 중)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로부터 로비를 받은 인물로 지목된다. 검찰은 최씨가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는 대가로, 정 전 대표한테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옵티머스 로비스트나 로비 대상 등이 드나들었던 건물인 강남N타워에도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이 곳의 폐쇄회로(CC)TV 영상, 출입기록 등을 확보했다. 옵티머스는 이곳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 로비스트를 지원하고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의 ‘정ㆍ관계 로비 창구’로 거론되고 있는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 신모씨의 사무실은 물론, 옵티머스 펀드 판매 자금이 흘러 들어간 트러스트올ㆍ씨피엔에스ㆍ이피플러스 법인 주소지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검찰이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최근 옵티머스가 청와대 행정관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나왔다. 윤석호(43ㆍ구속기소) 옵티머스 이사 아내인 이 전 행정관 외에, 옵티머스 측과의 연결이 의심되는 또 다른 전ㆍ현직 청와대 행정관 2명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우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옵티머스 사태가 터진 뒤, 청와대를 나온 H씨는 김재현(50ㆍ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 로비스트 신씨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으로 일하다 청와대에 파견돼 검ㆍ경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를 이 전 행정관과 함께 했던 그는 지난 7월 말 청와대 사임 후 검찰로 복귀하지 않았고, 현재 개인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옵티머스 안팎에서는 H씨가 강남N타워의 신씨 사무실을 자주 찾았다는 소문도 나온다. 검찰도 김 대표가 지인에게 “A씨에게 용돈을 얼마나 줬는데 일이 터지니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H씨는 옵티머스와의 연관성 및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근무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개인적, 경제적 사정일 뿐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현직 행정관 J씨가 옵티머스 인사와 만남을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했던 이 전 행정관과 옵티머스와 또 다른 자금 거래 도 추가로 드러났다. 김 대표가 지난 2018년 3월쯤 이 전 행정관에게 5억원을 건네고, 이 돈으로 이 전 행정관이 해당 지분을 매입한 사실을 검찰이 파악한 것이다. 지난 7월 말 검찰에서 “애초부터 명의만 빌려 준 것이어서, 나의 지분 보유와 관련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고 했던 그의 해명과는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 근무 중이었던 지난 4~6월 남편과 함께 옵티머스 사무실을 드나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