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우야(어서 오세요). 여기는 효(孝)의 고장 강릉이래요."
은퇴한 언론인으로부터 시작된 '효 문화운동'이 해를 거듭하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백교효문화선양회와 강릉문화재단은 12일 강원 강릉시 죽헌동 핸다리마을에 자리한 사모정(思母亭) 공원에서 '강릉 어머니 길' 노래비 제막행사 가졌다. 노래비가 세워진 곳은 조선시대 현모양처인 신사임당(1504~1551)이 어린 율곡 이이(1536~1584)와 한양으로 향하다 사친(思親)의 시를 읊던 길이다.
노래비엔 원로 아동문학가 엄기원(83)씨가 가족을 위해 배고픔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노랫말에 담았다. 또 가족과 친구가 그리울 때, 아무런 조건 없이 반겨주는 이곳을 찾아달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행사가 열린 핸다리마을 내 사모정 공원은 원로 언론인 권혁승(87) 백교효문화선양회 이사장이 2009년 사비로 조성해 강릉시에 기부한 곳이다. 핸다리는 흰색 다리를 일컫는 말로 그의 고향이다. 권 이사장은 "510년 전 사임당이 율곡과 거닐던 이곳을 효의 성지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일들을 해왔다"며 "노래비 제막도 잊혀져 가는 한국의 효 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바람에서 추진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2010년부터 효 문화 확산을 위한 백교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신을 담은 '세상의 빛 어머니의 사랑'이란 책을 발간, 세계 65개국에 소개했다. 2016년엔 오죽헌에서 핸다리마을까지 1.5㎞를 '어머니의 길'로 명명해 강릉시와 함께 걷기행사를 열었다.
2년 전인 평창올림픽을 앞두고선 '강릉의 효 사상이 올림픽 정신과 어우러져 인류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지기를 바란다'는 표지석을 세우기도 했다. 그 결과, 핸다리마을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는 게 지역사회의 얘기다. 권 이사장은 "사모정 공원이 효문화의 요람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양회는 '유산슬'을 탄생시킨 박토벤(78)이 작곡하고 가수 김용임(55)이 부른 트로트곡 '강릉 어머니 길' 노래 음원도 함께 공개했다. 구수한 강릉사투리와 어머니를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 잘 어우러졌다는 게 평가다.
한편 노래비 제막에 앞서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선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백교문학상 시상식이 열려 대전에서 활동하는 박소언 시인이 '외출의 꿈'으로 대상을 받았다.
'숫돌'을 출품한 배재록 수필가를 비롯해 등 5명이 시와 수필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작들은 백교효문화선양회가 발간하는 사친문학지에 실릴 예정이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강릉이 한국의 문화와 사상을 세계에 알리는 발원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행사가 열려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