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사전투표 열기가 전례 없이 뜨겁다. 참여자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이를 것이란 예상까지 나올 정도다. 상당수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이미 결정했다는 의미여서 대규모 현장유세로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다소 불리한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중에도 사전투표 참여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미 역사상 최초로 선거일 이전에 유권자 절반 이상이 투표를 마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USEP)'의 자료에 따르면 동부시간 15일 0시 현재 사전투표 참여자는 1,600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 대선 당시 전체 투표자의 11%에 해당한다. USEP를 이끄는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는 "현 추세라면 1908년 이후 가장 높은 65%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대선 투표 방법은 우편투표, 조기 현장투표, 선거 당일 현장투표로 나뉜다. 사전투표는 우편투표와 조기 현장투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주(州)정부가 일정 기간을 정해 조기 투표를 진행한 뒤 선거 당일 현장투표가 모두 마무리된 뒤 합쳐서 개표한다.
지역별로는 미시간주에서 지난 대선 당시 전체 투표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약 120만명이 사전투표에 나섰다. 버몬트주도 4년 전 투표자의 35%가 이미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만 놓고 보면 격전지 중 한 곳인 플로리다주가 190만명을 넘어 가장 많았다. 조지아주에선 조기 현장투표 첫날인 지난 12일 11시간씩이나 대기해야 할 정도로 유권자가 몰리기도 했다. 일부 지역 매체는 "아침 일찍이나 저녁 늦게, 또는 비 오는 날 투표하라"는 내용의 '오래 줄 서지 않고 참여하는 방법'까지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우편투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왔음을 감안할 때 조기 현장투표에 나선 이들 중 다수가 민주당 지지층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 WP의 자체 집계 결과 플로리다ㆍ아이오와ㆍ메인ㆍ켄터키ㆍ노스캐롤라이나ㆍ펜실베이니아 등 6개주의 사전투표 참여자 350만명 중 민주당 지지자가 3분의 2였다. USEP의 우편투표 참여자 분석 자료에서도 민주당 등록 유권자가 412만여명으로 공화당 측(167만여명)보다 훨씬 많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에선 사전투표자의 68%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는 응답자는 29%였다.
하지만 사전투표의 민주당 우세 경향이 대선 결과에 어떻게 작용할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선거 당일 현장투표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공식적으로 지지를 밝히지 않지만 투표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찍는 '샤이 트럼프'의 존재도 여전히 중요한 변수란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