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자 9명…해뜨락요양병원 집단감염 '미스터리'

입력
2020.10.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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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명 사후 진단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앞서 사망 7명은 폐렴 등 코로나 유사증상 보여
이미 대규모 집단감염ㆍ사망 발생했을 가능성

14일 기준 직원과 환자 5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에서 최근 한달 새 9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인 12일 사망한 1명은 사후 진단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진판정이 내려졌다. 특히 최근 이 요양병원이 위치한 만덕동 일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앞선 사망자 상당수가 폐렴 등 코로나19 유사 증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사망과 추가 집단감염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날 “최근 한 달 사이 이 요양병원에서 총 9명의 입원 환자가 숨졌고 이 중에는 12일 사망해 오늘(14일) 사후 확진 판정을 받은 1명도 포함됐다”며 “사망자들의 코로나19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주목하는 부분은 해뜨락요양병원에서 사망한 사례가 짧은 기간 집중된 데다 이들이 사망 전 대체로 코로나19 유사증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9월 이후 폐렴 등 유사 증세를 보인 환자 가운데 7명이 호흡곤란 등을 겪다 숨졌다”면서 “정확한 사인이 폐렴인지 심장질환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잇단 환자들의 죽음이 코로나19 무더기 집단감염의 전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감염경로는 직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요양병원은 지난 3월부터 외부인의 면회 자체를 금지해 환자나 환자 가족의 직접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외부 출입이 가능한 의사(5명)와 직원(간호사 등 포함 99명)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아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까지 50대 여성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11명(간호 5명, 간병 6명)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 집단감염과 관련해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확진자도 간호조무사였다.

이 요양병원 인근에서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점도 출입이 자유로운 직원들을 통해 원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요양병원이 위치한 북구 만덕동에서만 지난달 이후 확진자 23명이 발생했다. 특히 직원 확진자 중 일부가 요양병원 주변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지역에 퍼진 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된 직원을 연결고리로 전파됐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도 이날 “앞서 만덕동에 위치한 스포츠센터, 목욕탕, 아파트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며 “지리적으로 (요양병원과) 멀지 않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곧바로 확진자 가족과 친지 등 접촉자 파악을 통한 감염경로 추적에 나섰다.

첫 환자가 13일 확진된 뒤, 이날 52명이 무더기로 확진되면서 요양병원 내 방역수칙 준수 여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 요양병원 내부에선 거리두기도, 마스크 착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치매 등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환자가 절반에 이르고, 기존 요양병원의 환자 수용 행태로 봐도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요양병원 특성상 환자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점은 가장 큰 위험요소다. 이날 확진된 환자 중 80대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대 10명, 60대 9명, 50대 4명이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해뜨락요양병원에 대해 종사자와 입소자 모두가 시설 내에서 격리되는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를 지시하는 한편, 만덕동 소재 요양병원 11곳 환자 1,400여명에 대한 전수 검사에 돌입했다. 15일엔 북구 나머지 지역과, 16일부터는 부산시 전체 168개 요양병원과 115개 노인요양시설, 201개 주야간보호시설에 대해 특별 전수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대본 역시 수도권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주야간보호시설의 직원과 환자, 이용자들 16만명에 대해 조만간 선제적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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