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면서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필기시험엔 모두 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의대생 3,196명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국시 필기시험에 응시 원서를 접수했다. 지난달 진행됐던 실기시험 응시 신청에는 응시대상 3,172명 중 14%인 436명만 시험을 신청한 점과 비교하면, 실기를 거부한 의대생 대부분이 필기엔 응시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 국시는 실기와 필기로 구성된다. 별개의 시험 모두 합격해야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합격할 경우 이후 1년 동안은 합격이 유지되기 때문에 다음 해에는 불합격한 시험만 응시하면 된다. 올해 실기를 거부한 의대생들은 통상 실기-필기 순서가 아닌 필기-실기 순서로 국시를 치르고, 합격할 경우 2022년에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및 원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 관계자는 “국시 재응시 문제와 관련해 침묵을 유지하던 의대생들이 필기시험 원서를 접수한 것은 의사 국시를 치르겠다는 개별적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대 학생대표들이 지난달 25일 “국시에 응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필기시험 접수로 의대생 개개인의 개별적인 의지까지 표현했다는 것이다. 올해 추가 실기시험 응시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계는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추가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의대 교수들이 국가권익위원회에 국시 실기시험 추가 시행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주요 대학병원 병원장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의료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 전공의 대표들은 의대생 국가고시 문제로 인해 인턴 수급 등에 차질이 생길 경우 또다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이번 의사 국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의료인을 배출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의대생들이 개별적으로 국시 응시 의사를 표명한 만큼 전향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적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국시 문제는 답보상태다. 국민 여론이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DNA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대생 국시 재응시에 대해 국민 57.9%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36.9%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