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 마지막 퍼즐 지배구조 개편…해법은?

입력
2020.10.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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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순환출자 구조 해소 필요
2년 전 철회 지배구조 개편안 보완 준비 中…수조원대 비용 전망

'정의선 체제'로 갈아탄 현대자동차그룹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적은 지분을 보유한 정 회장의 지배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 계열사는 현대모비스다. 현대차 지분 21.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차(17.28%)이고, 다음은 지분 7.11%를 보유한 정 명예회장이다. 반면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지난 3월 매입한 0.32%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이면서, 순환출자 구조를 깰 수 있는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은 앞서 제시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ㆍ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0.61대 1 비율로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엘리엇, ISS, 글라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자문사들은 지주회사 선택 요구와 함께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이 불리하다며 이 개편안에 반대했다. 정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두 달 만에 이 지배구조 개편안은 철회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의 개편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점치고 있다. 당시 엘리엇, ISS 등 해외 자본에서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가치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른 방식으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후, 투자 부문끼리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대차 투자회사는 기아차 지분 33.9%를, 기아차 투자회사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현대모비스 투자회사는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게 된다. 3개 투자회사를 합병하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보유한 ‘현대차 지주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정 회장이 성공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하기 위해선 수 조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하다. 2년 전 개편안은 지분 매입에 4조5,000억원, 양도소득세 1조원 등 총 5조5,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엔지니어링 등 비상장 계열사를 상장시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편법을 동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만족시키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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