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의 적연(寂然), 적연(適然)한 불운

입력
2020.10.13 04:30
26면
10.13 몰디브 영연방 탈퇴


1,192개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26개 환초를 이룬 남아시아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Maldives)의 한 섬(Kurumba)에 1972년 첫 리조트가 들어섰다. 유엔 최빈국 지원 프로그램의 기적이 시작됐다. 2018년 현재 몰디브엔 132개 리조트가 있다. 힐튼그룹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등 세계적 자본이 거기 참여했다. 세계은행 집계 2019년 1인 GDP는 세계 60위권인 1만9,698달러. 총 인구 54만명 중 약 80%가 관광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1972년 이래 최악의 위기다.

파도에 둘러싸인 섬 방갈로와 달리, 수도 말레의 정치는 사실 한시도 안녕하지 못했다. 인구 및 경제 규모가 작고 민주주의 전통이 짧을수록, 정치는 경제(경기)에 쉽게 휘둘리곤 한다. 1965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술탄 통치를 맞이한 몰디브는 1968년 어렵사리 공화정을 열었지만 술탄체제나 다름없는 권위주의 독재에 짓눌렸다. 2007년 첫 직선 대통령 모하메드 나시드를 맞이했다. 수중 각료회의로 세계인에게 기후 위기를 고발하고, 기금을 조성해 수몰 이후 몰디브의 국토 이전을 추진한 게 그였다. 하지만 나시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 및 정치 위기를 맞이했고, 반발, 소요 사태 끝에 5년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그는 2013년 대선에서 다시 당선됐지만 부정선거로 무효화됐고, 전 독재자의 이복동생인 압둘라 야민이 권력을 잡았다. 정적 투옥, 언론 탄압, 부패의 권위주의 독재가 재현됐다. 시민과 정치권 저항에 그는 2015년 11월과 2018년 2월 두 차례 초법적 국가비상사태로 맞섰다. 정적 투옥을 위법으로 판결한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해임했고, 2016년 10월 13일 내정 간섭을 이유로 영연방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2018년 9월 대선에서 승리한 야권 단일 후보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는 3년 4개월 만에 영연방에 다시 가입하고, 전임자를 구속해 5년 징역과 벌금형을 받게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했다.

최윤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