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조선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무기를 선보였다. 이날 신형 무기를 시험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력 시위를 자제한 것이지만 다탄두핵 탑재가 가능한 개량형 ICBM 공개 등은 여전히 국제 사회의 심각한 안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는 사정거리 400㎞에 이르는 방사포가 무엇보다 큰 우려인데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방사포가 선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이 무력을 언제든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대외 경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적대 세력을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제일 확실하고 튼튼한 국가방위력"으로 규정했고, 위협이 있을 경우 이를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력 과시와 함께 김 위원장이 이를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핵무장이 자위적 조치라는 북한의 주장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전쟁 억제력을 남용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지 않겠다고 거듭 천명한 것은 새롭다. 노동당 창건 기념일 메시지로는 이례적으로 연설문 초반에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돼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것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의 연설을 보더라도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 이후 다시 핵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향후 북미 회담은 미 대선 결과에 상당히 영향 받겠지만 그럴 수록 앞으로 1년여 간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년 초 남북미 대화 여건이 갖춰질 때를 대비해 협상을 촉진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도 청와대가 11일 밝힌대로 공동조사 협조, 군 통신선 복구 등 피격 사건에 대한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