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긴장감 너무 오랜만”… 열정의 빙판이 다시 돌아왔다

입력
2020.10.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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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실업 아이스하키, 18년 만에 재개

아이스하키 빙판이 다시 열렸다.

남자 성인 아이스하키는 지난 2월 한국, 일본, 러시아 팀이 참가하는 아시아리그가 코로나19 확산 탓에 챔피언을 가리지 못하고 안양 한라와 사할린(러시아)의 공동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 8개월 만에 국내 실업 대회인 전국선수권대회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대회는 2002년 이후 18년 만에 부활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20~21 아시아리그가 취소되면서 한라와 대명 킬러웨일즈, 하이원이 출전하는 실업 대회를 준비했다.하이원은 해체 위기를 딛고 국내 대회를 목표로 새롭게 팀이 정비됐다.

국내 실업 대회는 2002년 전국선수권, 유한철배 대회를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당시 3개 팀(한라ㆍ현대 오일뱅커스ㆍ동원 드림스) 가운데 한라를 제외한 2개 팀이 2002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팀을 해체했다. 2003년부터는 성인 아이스하키에 홀로 남은 한라가 일본과 손을 잡고 출범한 아시아리그를 토대로 운영되면서 국내 실업 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11일 안양실내빙상장에서 18년 만에 재개한 전국선수권 첫 경기에서는 한라가 하이원을 7-1로 꺾고 대회 첫 승을 올렸다. 1피리어드를 2-0으로 앞선 한라는 2피리어드에 남희두(23)의 득점과 어시스트에 힘입어 승기를 잡았다. 0-5로 끌려가던 하이원은 3피리어드 4분7초에 나성묵의 만회골로 영봉패를 면했다.


남희두는 경기 후 “개인 의지가 아니고 코로나19 때문에 뛰고 싶어도 못 뛰는 게 너무 아쉬웠고, 이렇게 아이스하키가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며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목적 없이 운동을 하는 게 허무했지만 예정에 없었던 국내 대회가 어렵게 열려서 열심히 뛰려고 했고, 오랜 만에 느끼는 긴장감이 좋았다. 18년 만에 부활한 대회 모두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여곡절을 겪고 1년 만에 다시 출발한 하이원은 지난 5월 공개 선수 선발을 통해 팀을 꾸렸으나 한라와 큰 전력 차를 보였다. 2009년 하이원에 입단해 2018년 은퇴할 때까지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안현민(34) 감독은 “감회가 새로웠다”며 “선수들에게 용기와 패기를 주문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안 감독은 “한라와 대명과 비교할 때 전력 차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상대 팀과 부딪치며 기량을 키웠으면 좋겠다”며 “포기를 모르는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안양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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