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의 말씀이 옳다. 내 생각보단 그게 옳다."
'사과할 건 사과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습엔 이유가 있었다. 정 총리는 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목요대화에서 '공직자 정세균과 개인 정세균이 충돌할 때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의 말씀이 옳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국민들의 뜻을 받들려는 노력을 한다. 물론 백에 하나, 고집을 부릴 때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그간 정 총리는 '낮출 땐 낮추는' 자세를 자주 보여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이 한창 불거지던 지난달 1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민망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추 장관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실패 등에 대해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국민의 말씀이 옳다"는 목요대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8일 목요대화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지난달 17~23일 대국민 공모로 미리 접수된 질문 2,754건 중 10여건을 선정, 정 총리가 직접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방안,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현안에 대한 질문이 다수였지만, '사회갈등 해소 방안'과 같은 '정치인 정세균'의 생각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정 총리는 "약간의 갈등은 사회를 조금 더 역동적으로 만들고, 자극하기도 한다"면서도 "갈등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이 최고다"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에 대한 질문에 정 총리는 "지금까지 200조원을 썼는데 전혀 출산율이 오르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현재 출산율을 보면 걱정하시는 것도 당연하고, 비판 받아 싸다"며 근본적인 해법으로 육아 문제 해결을 꼽았다. 정 총리는 "백약이 무효하다. 정말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서 제대로 계획을 만들고 실천해서 저출산 문제는 꼭 해결해야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 해결은 정 총리 주변에서 '대권을 위해선 반드시 선점해야 한다'고 꼽는 이슈기도 하다. 정 총리는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출산 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송구한 마음"이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정 총리는 "약간은 무리하게 법도 통과시키고, 제도개선도 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막 올라가던 가격이 (상승을) 멈추고 관망 상태가 되었다"며 "빨리 안정 상태로 만들어서 1가구 1주택을 모든 국민이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원격 교육에 따른 학습격차 문제를 지적과 함께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국민들에게 받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오자 "그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그렇게 하자"고 정 총리는 화답했다.